🌸 단오의 여름, 강릉에서 걷다 – 2025 강릉단오제 후기

🌿 2025 강릉단오제, 스무 살의 여름을 걷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축제, 강릉단오제.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축제는 매년 초여름 강릉 남대천 일대에서 열리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바 있는 세계적인 문화 행사입니다.

2025년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등재 2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한 의미를 담고 열렸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스무 살, 단오”. 축제도 성숙하고, 기억도 깊어진 시점에서 저는 강릉을 찾았습니다.

[행사정보 이미지 삽입]
(※ 위 이미지는 강릉단오제 기본 정보로, 티스토리 글 상단에 첨부하시면 좋아요!)

• 축제 기간: 2025년 5월 27일(화) ~ 6월 3일(화)
• 장소: 강릉시 남대천 행사장
• 요금: 전면 무료
• 주최: 강릉단오제위원회
• 주제: 유네스코 등재 20주년 기념 “스무 살, 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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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 한 그릇과 웃음 한 줌

길을 걷다가 발길을 멈춘 건, 향긋한 육수 냄새에 이끌려서였습니다.
작은 식탁이 다닥다닥 놓인 먹거리 부스에서 잔치국수를 시켜 자리에 앉았습니다.
국수 옆에는 투박하지만 정겨운 김치 한 접시가 함께 나왔고요.
그 한 그릇이 입맛을 넘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맛이었습니다.
부스 안은 붐볐지만,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끼리는 자연스럽게 웃고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 참 보기 좋았습니
뜨거운 국물 속에 국수가 풀리고, 김과 어묵이 포근하게 얹혀 있던 그 한 그릇.
누군가의 손맛이 스며든 정갈한 맛이었습니다.

옆자리에는 처음 보는 가족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 역시 조용히 웃으며 서로에게 국수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축제란, 어쩌면 그냥 같이 먹고 있는 풍경 자체가 가장 진한 기억이 아닐까 싶었어요.

 

 

🛍️ 걷는 즐거움, 구경하는 설렘

단오제의 부스는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닙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반짝이는 구슬과 원석을 진열한 상인이 있고,
다른 쪽에선 손수 만든 레진 키링을 줄줄이 걸어놓고 “한 번 보고 가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들은 캐릭터 장난감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어른들은 오래된 듯한 구슬 팔찌 앞에서 오래 망설이기도 합니다.
그 장면들 사이로 햇빛이 반사돼 반짝이는 걸음이 이어지고요.

 

 

 

 

 

🌿 축제는 전통과 지금 사이에 있다

이번 강릉단오제에서 가장 좋았던 건, 딱히 ‘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부스에선 전통 매듭을 가르쳐주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이 활쏘기를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꼭 뭔가를 체험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그냥 강가를 따라 걷고, 중간중간 마주치는 풍경을 마음껏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다리 위에 서서 강 건너편을 보니, 천막과 사람들이 움직이는 그 자체가 한 편의 그림 같았습니다.
이곳에선 전통이 따로 전시되는 게 아니라, 일상처럼 사람들 속에 녹아 있더라고요.

 

🎶 무대 밖이 무대인 축제

크게 마련된 무대에서는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퓨전 국악부터 전통 춤, 지방 예술단의 퍼포먼스까지 다양했지만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무대가 아닌 무대 밖 거리에서 이뤄지는 작은 공연들이었습니다.

어느 샌가 하모니카를 부는 할아버지가 있었고,
그 옆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징과 꽹과리를 연습하듯 울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지켜보고, 누군가는 지나가다 멈춰 섭니다.
그렇게 어느새 모두가 조금씩 관객이자 연주자가 되는 순간이 생기곤 했죠.

 

이 축제는 ‘구경하는 사람’과 ‘보여주는 사람’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진짜 축제 같다고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강릉의 여름 초입, 단오라는 풍경 속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오늘 내가 특별히 뭘 했던 건가? 아니요, 그냥 걷고, 보고, 웃고, 가끔 멈췄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속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무언가가 남아 있더라고요.

강릉단오제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사람들의 땀과 미소와, 느릿한 리듬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잔치였습니다.
거기엔 잘 만든 문화가 아니라, 잘 살아 있는 문화가 있었어요.

[사진8]

혹시 다음 여름이 시작되기 전, 어디론가 느긋하게 떠나고 싶다면
강릉단오제를 기억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그곳엔 햇살도, 바람도, 사람도, 모두 축제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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